[앵커]
‘팅커벨’이란 예쁜 별명을 가졌지만 사람에겐 ‘좀비’처럼 지긋지긋합니다.
동양 하루살이가 올해도 남양주 쪽을 습격했습니다.
이 뉴스 전해드린 지가 벌써 10년이 넘어가는데 왜 퇴치하지 못하는 걸까요?
현장카메라 신선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저는 지금 한강변에 나와있습니다. 곳곳에 동양하루살이가 날아다니고 있는데요. 이 날벌레때문에 주민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합니다.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벌레 떼가 간판을 뒤덮었습니다.
편의점 앞 매대는 물건 대신 벌레 사체가 가득합니다.
담벼락에도, 가로등 아래에도 떼를 지어 날아다닙니다.
[현장음]
"난리도 아니야."
매년 초여름때 출몰하는 동양하루살이입니다.
다 자라면 크기가 7cm에 달하고, 몸집에 비해 날개가 커 동화 피터팬에 등장하는 요정 팅커벨로도 불립니다.
하지만, 이름과는 달리 주민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입니다.
[이정아 / 경기 남양주시]
"지나가다 서너 개씩 붙으니까 너무 징그럽게 생겼잖아요. 그래서 너무 힘들어요, 징그러워서."
특히 저녁때가 되면 불빛이 있는 곳으로 몰려들어 일대가 몸살을 앓습니다.
불빛을 보고 몰려온 동양하루살이들이 버스정류장도 점령했습니다.
동양하루살이는 입이 퇴화돼 사람을 물지 않습니다.
수질이 깨끗한 지역에 주로 서식하며 병을 옮기지도 않는 것으로 알려져있지만, 몰려다니면 보기가 흉해 시민들이 모두 피합니다.
주변 상인들도 울상입니다.
[이해숙 / 식당 업주]
"된장찌개에 팅커벨이 폭 빠진거예요.
손님들도 별로 안 나오려고 하죠. 여러 가지로 힘들어요."
[최필규 / 상인]
"오기 시작하면 다 끄고 퇴근해야 됩니다. 있어봤자 의미가 없으니까. 2시간이상 청소해야 되니까 불 끄고 가는 게 더 편한 거죠."
손님들이 머무는 탁자와 의자를 동양하루살이가 가득 메웠습니다.
관광객들이 놀러오고도 바깥 공기 한번 쐬는 게 고역일 정도입니다.
[박경호 / 펜션 운영 업주]
"심할 때는 진짜 저희가 이 밑을 걸어 다니면 터지는 소리까지 나요. 탁탁탁탁 소리까지 날 정도니깐 엄청 많죠."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와 인공조명을 동양하루살이가 많아진 원인으로 지목합니다.
[김동건 / 삼육대 창의융복합학문학부 교수]
"가뭄에 의해서 하류지역에 큰비가 없어서 개체 수가 많아지는 경향도 있었고. 점점 사람들이 강변 지역에서 활동을 많이 하고 인공조명들이 많아지니까."
문제는 마땅한 퇴치 방법이 없다는 겁니다.
한강 주변이 상수원 보호구역이라 살충제를 쓸 수 없습니다.
물대포를 쏘고 끈끈이 트랩 설치에 하루살이 유충을 잡아먹는 물고기까지 방류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윤영 / 경기 남양주보건소 주무관]
"자연환경이 바뀌지 않는 한 걔네들이 계속 많이 나올 텐데 저희는 최선을 다하고는 있는데 체감효과가 많이 크질 않아서."
무더운 여름에도 맘놓고 창문 한번 열지 못하는 불편이 이어지는 상황.
선선해지는 가을을 기다리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현장카메라 신선미입니다.
영상취재 : 박재덕
영상편집 : 이재근
신선미 기자 fresh@donga.com